평소 감정의 기복이 심해 순식간에 분노에 휩싸이다가 다음에는 심한 우울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는 무감각함에 빠져드는 사람, 주변에서 혹은 내가 여기에 해당된다면 경계성 인격장애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합니다.
경계성 인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der)란?
경계성 인격장애는 자아상, 대인관계, 정서가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특징을 갖는 성격장애입니다.
스스로나 타인에 대한 평가가 일관되지 않고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며, 환자의 정서가 정상에서부터 우울, 분노를 자주 오가며 충동적이기 때문에, 환자의 60~80%가 자살 시도를 경험할 정도로 자살과 관련된 행위도 잦은 편입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석정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10년간 국가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경계성 인격장애는 한국인 1만 명당 1명이 진단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남성보다는 여성이, 전 연령대 중에서는 20대에서 병이 발생하는 유병률이 높게 나타납니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경계성 인격장애의 유병률이 극히 낮게 나타나기 때문에,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경계성 인격장애가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경계성 인격장애의 특징은?
경계성 인격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항상 위기 상태에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분노에 휩싸이다가 다음에는 심한 우울감, 무감각함에 빠져들기 때문인데요.
자신에 대한 자아상과 정체성 혼란이 심하며 만성적인 공허감과 무료함을 자주 표현합니다.
특히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들은 사람들을 평가할 때 다 좋은 사람이라며 이상화하거나, 다 나쁜 사람이라며 평가절하 하는 식의 이분법적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대인관계가 왜곡되어 있고 불안정한데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대를 이상화하고 의존적인 양상을 보이다가도, 상대가 자신을 떠날 것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매우 적대적인 공격성이나 분노를 보일 수 있습니다.
버려지거나 혼자 남겨진다는 생각으로 매우 힘들어하며, 이를 피하기 위해 자해나 자살 시도, 폭력 등으로 상대를 더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또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이 집단에서 저 집단으로 쉽게 이동하는 경향도 보이며, 알코올, 약물 등을 남용하거나 성적인 문란, 무분별한 소비나 폭식 등 충동적 행위 등으로 자기 자신을 해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기도 합니다.
경계성 인격장애의 원인?
경계성 인격장애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성장과정에서 부모가 보여주는 양가감정이 심화되어 가치관에 혼란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모의 잘못된 양육으로 인해 가치관에 혼란이 생김으로써 주체성이 모호해지고, 대인관계에서 모든 사람을 선과 악, 극과 극으로 분리시킴으로써 왜곡된 인간관계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리학자 자나리니(Zanarini et al, 1989)는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의 72%가 언어적 학대, 46%가 신체적 학대, 26%는 성적 학대를 경험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또 76%가 부모의 양육태만, 74%가 18세 이전에 부모를 상실하거나 이별을 경험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린 시절의 충격적 외상 경험으로 인해, 부모나 자신에게 긍정적 혹은 부정적 경험을 통합시키지 못하고 분리, 부인 같은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생물학적 입장에서는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들이 선천적으로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기질을 타고나며, 가족들 역시 매우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성격을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경우, 경계성 인격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경계성 인격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세로토닌의 활동 수준이 일반인 보다 현저히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뇌의 신경 인지적 결함과 관련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아동기에 겪은 상실 경험이 특정한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하는 신경통로에 변화를 가져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경계성 인격장애 진단 기준
- 자신이 버림받는 것을 피하려고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쓴다.
- 상대편을 지나치게 이상화하거나 평가 절하하는 극단적인 행동 사이를 왕래하는 불안정하고 격렬한 대인관계 양상을 보인다.
- 자기 자신의 주체성에 대하여 현저하고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느낌을 갖는다.
- 과소비, 낭비, 좀도둑질, 난폭한 운전, 과식 등 충동적인 성향이 나타난다.
- 반복적인 자살 시늉이나 자살 위협, 자해적인 행동을 보인다.
-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하다.
- 만성적 공허감이 나타난다.
- 부적절하고 격렬한 분노나 분노의 억제가 힘들다.
- 일시적인 스트레스와 관련된 망상적 사고 또는 심각한 정도의 해리 증세가 나타난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앞서 제시 된 9가지 진단항목으로 판단하는데, 이 가운데 5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을 때 경계선 성격장애를 의심합니다.
그러나 최종적인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심리검사가 필요합니다.
경계성 인격장애의 치료
일반적으로 경계성 인격장애는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예민한 취약성과, 성장과정에서 부정적인 양육 환경이나 경험들이 상호작용하여, 경계성 인격장애로 굳어진다고 추정되기 때문에, 어린시절부터 장기간 형성되어 온 성격적인 특성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꾸준한 심리치료가 필요합니다.
심리치료에서는 전통적으로 정신역동치료와 인지행동치료로 많이 진행하게 되는데요.
정신역동 치료에서는 내담자의 자아를 강화시키고, 충동에 대한 통제력 향상, 불안 극복을 유도하고 분리되어 있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통합해, 안정된 자기인식과 대인관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지지적이고 긍정적인 내면을 강화해, 중요하게 여기는 주변 사람과의 분리 등을 견딜 수 있도록 합니다.
인지행동 치료에서는 치료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춘 후, 인지적 오류나 흑백논리적 사고를 다루게 됩니다.
이러한 사고방식들이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대안적인 사고방식을 제시하여 적합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을 긍정적인 믿음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도식치료나 변증법적 행동치료와 같이, 좀 더 구조화된 방식으로 경계성 인격장애 치료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들은 대부분 우울, 불안, 분노, 충동성, 정신병적 양상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들이 심할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병행하여 진행하는 것이 빠른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